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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바꾼 소비지형 국민MD]소비자가 제안해 만든 '릴렉싱 마스크' 2주만에 동났다

<상>상품개발자-소비자 경계 허물다 올인원 크림·정량 표시 선크림 등 소비자, 기획부터 유통까지 참여 마진 줄이며 몸값 낮추자 관심 커져 위기감 느낀 유통기업들 벤치마킹



올인원 크림·정량 표시 선크림 등 소비자, 기획부터 유통까지 참여 마진 줄이며 몸값 낮추자 관심 커져 위기감 느낀 유통기업들 벤치마킹


# “화장품 쓰면서 이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우화만(우리 화장품 만들어볼래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아이디어’ 코너를 클릭하면 소비자들이 올린 화장품 개발 제안이 나온다. 바쁜 아침을 위한 여성 올인원 크림, 정량을 표시해주는 자외선 차단제, 여러 가지 피부색을 표현하는 호수가 들어간 파운데이션까지. 모두 소비자들이 올린 아이디어다. 제품 용기 등을 직접 그려 올린 소비자도 눈에 띈다. 소비자들이 올린 아이디어에 또 다른 참여자들은 ‘공감’을 누르거나 의견을 보탠다.


‘우화만’ 애플리케이션 화면 모습./사진제공=우화만앱

끝 모를 불황에 소비자와 상품개발자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불황은 ‘소비자=상품기획자(MD)’라는 새로운 유통 공식을 낳았다. 소비자가 곧 MD가 되면 유통 마진을 낮출 수 있는데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반영할 수 있어서다.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마진율이 높았던 패션·잡화 등을 중심으로 유통계에 ‘국민 MD’가 확산하고 있다. 최종 단계에서 결과물을 소비하며 ‘마이너리티’였던 소비자들이 제품 제작을 위한 사전 펀딩에 나서면서 제품 생산의 메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MD의 가장 단적인 사례는 소비자 아이디어로 생산하는 화장품이다. 스타트업 ‘굿즈컴퍼니’는 최근 소비자들이 MD로 참여하는 ‘우화만’ 앱을 선보였다. ‘우화만’은 ‘대중으로부터 뷰티 제품의 아이디어와 니즈를 얻을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우화만’은 제조사가 생각하지 못한, 생활 속 이야기를 담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얻고 또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판단해 제품 출시가 확정되면 제품 기획, 브랜드 기획, 디자인, 광고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이 일종의 MD로 참여한 만큼 제품 판매로 이어지면 매출의 최대 3%까지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굿즈컴퍼니는 싱글매칭 ‘이음·이음오피스’, 오프라인 결혼정보 서비스 ‘맺음’으로 유명한 이음소시어스를 이끌고 있는 김도연 대표가 설립한 뷰티 스타트업이다. 굿즈컴퍼니가 최근 선보인 ‘인플라이트 릴렉싱 마스크’는 비행기 내에서는 피부가 현저히 건조해진다는 점에서 시작했다. 출시 후 2주간 목표수량 1,500개가 완판돼 소비자 MD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고’펀딩 가격 13만5,000원의 하고 카스켓백의 펀딩원가견적서. 오프라인 가격은 31만8,000원대 제품을 펀딩으로 10만원대로 줄였다./사진제공=하고 앱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출시가 안 되는 펀딩 플랫폼 ‘하고(HAGO)’ 역시 소비자를 생산에 참여시키면서 유통 바닥에서 소비자의 격을 높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고는 ‘50만원대 가방을 반값인 20만원대에 살 수 있는 곳’으로 불린다. 하고엘앤에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하고’의 힘은 바로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펀딩이다. ‘하고’는 신진 디자이너가 제품을 플랫폼에 선보이면 소비자들이 사전 펀딩해 사후에 받아보는 형식이다. 미리 정한 최소 주문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제품화되지 못한다. 일종의 패션계 ‘프로듀서 101’ 형식인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 MD의 선택을 받은 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힘도 무섭다. 지난해 신진 디자이너와 하고가 손잡고 선보인 ‘하고 새들백’과 ‘하고 버킷백’의 경우 각각 35회와 40회에 걸쳐 누적 판매량 1,500개, 2,000여개를 기록했다. ‘하고’의 또 다른 백 ‘하고 바스켓백’의 경우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주목해야 할 백으로 지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 6일 만에 700개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면 재고 없이 단기간에 몇 천개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모여 재고 부담을 없애고 유통 단계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높게는 절반에 달하는 할인율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패션 업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원가까지 공개하는 유통 실험에 나섰다. 인기 상품 중 하나인 하고 바스켓백 미니의 경우 ‘원단 1만7,000원, 부자재 6,500원, 가공비 3만5,000원, 마진 7,000원, 마케팅 1만2,000원’ 등 비용을 공개했다. 홍정우 하고 대표는 “패션 업계가 매장 입점 수수료, 재고 부담 등으로 많게는 원가의 4.5~6배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유통 관행을 깨고 품질 좋은 상품을 소비자들의 선택과 펀딩으로 만드는 착한 쇼핑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투자 플랫폼 와디즈 역시 소비자의 힘으로 제품 마진을 줄인 것으로 유명하다. 와디즈는 최근 5성급 호텔에 들어가는 침대 매트리스인 ‘럭스리브 호텔 침대 매트리스’를 싱글 사이즈 기준 40만원 후반대에 선보였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호텔 침대가 5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나오자 소비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1차 펀딩에서 1억6,000만원, 2차 펀딩에서 1억1,000만원이 모였다.

유통 업계가 전통 채널인 백화점·원브랜드숍 등 유명 대기업 브랜드 중심에서 소비자들이 판매자로 참여하는 ‘마이너리티’ 시대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유통 단계에서는 작은 목소리를 내는 소수자였던 소비자가 이제는 곧 주체가 되는 시장이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유통에 참여해 원가를 공개하는 초강수까지 쓰면서 유통 마진이 낮아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타트업이 유통 마진까지 공개하자 대기업들도 가격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첫 국민가격 제품이었던 도스코파스 와인(4,900원 )은 50일 동안 54만병이 팔렸고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는 페트병 와인의 값을 7,900원으로 낮췄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민이 MD로 나서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마진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업체들이 나오면서 대기업들도 기존 유통 시장에서 ‘마이너리티’였던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지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서울경제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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